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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두 소년의 우정을 이렇게 파괴했다

우정과 사랑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끌어안고 잠이 들 정도로 가까웠던 유년기 친밀함의 실체는 순수한 우정이었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영화는 다정했던 두 소년의 관계를 굳이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그 혼돈의 과정을 직관적인 비유들로 표현해낸다. 세밀히, 그리고 섬세하게.     벨기에의 95회 아카데미상 국제영화부문 출품작으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선전했던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2018년 10대의 성적 혼란과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었던 작품 ‘걸(Girl)’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던 루카스 돈트 감독이 두 번째 장편 ‘클로즈(Close)’에서 다시 소년기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벨기에 목가의 한 마을. 꽃으로 뒤덮인 마을의 풍광은 잃어버린 낙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이제 막 중학교에 새로 진학한 13세 소년 레오(에덴 담브린)와 래미(구스타프 보엘러)는 어릴 적부터 이 동네에서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그러나 중학교라는 낯선 환경은 두 친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레오는 아이스하키부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스포츠보다 예술에 소질이 있는 래미는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학교의 또래 학생들은 늘 붙어 다니는 이들을 동성애 커플로 조롱한다.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춘기의 레오와 래미의 우정에 혼돈과 함께 거리감이 들어선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하나였던 두 친구 사이에 미묘한 경계선이 그어진다. 래미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거리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레오는 먼 거리에서 래미를 지켜보며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 한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사회는 한 개인에게 특정한 형질의 남성성 또는 여성성을 요구한다. 우리의 의식 속에 이미 내재화되어 있는 소년기의 성과 사회성에 돈트 감독은 하나의 충격적 사건을 통해 소년기의 성 의식에 본질적 의문을 제기한다. 레오와 래미의 친밀함을 남자아이들의 우정으로 보려 하지 않는 사회의 판단과 뒤틀린 시선이 불러온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기엔 두 소년은 아직 어리고 연약하기만하다. 친구와 마주했던 다정했던 순간들을 잃어가는 과정의 안타까움, 레오의 마음에 불안함과 죄책감이 들어선다.   영화는 마을을 뒤덮은 들판의 꽃들이 한 계절 동안 피었다 지는 것처럼, 그리고 다시 그 꽃들을 피워내는 과정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 낸다. 두 소년의 슬픈 관계는 누구나 경험하는 성장통의 아픔일 것이다. 세상의 갖은 잣대와 구분의 어떤 의미도 필요 없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 다정하고 친밀했던 시절이 그리울 따름이다. 친구는 가고 없다. 레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여운으로 남아 있을 뿐.   김정 영화평론가온라인 클로즈 영화 클로즈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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